AI 반도체 시장에서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주목받은 메모리는 단연 HBM(High Bandwidth Memory)​입니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AI GPU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HBM은 AI 서버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AI 산업이 모델을 만드는 학습 단계에서 실제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론(Inference) 단계로 빠르게 확대되면서 새로운 문제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바로 메모리의 용량과 비용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로 등장한 것이 HBF(High Bandwidth Flash)​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미국 증시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샌디스크(Sandisk, NASDAQ: SNDK)​와 HBF가 AI 메모리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AI의 병목, 이제 GPU만의 문제가 아니다

AI 산업의 초기 경쟁은 얼마나 강력한 GPU를 확보하느냐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AI 모델이 커지고 서비스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AI 추론은 학습이 끝난 모델이 실제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거나 결과를 생성하는 과정입니다. 학습과 달리 서비스가 운영되는 동안 지속적으로 연산이 발생하고, 많은 사용자에게 동시에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필요한 메모리 용량도 커집니다.

특히 대규모 AI 모델에서는 연산 속도만큼이나 필요한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GPU에 공급할 수 있는가가 전체 성능을 좌우하게 됩니다.

샌디스크와 SK하이닉스 역시 AI 산업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확대되면서 메모리 대역폭뿐 아니라 용량과 전력 효율이 중요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결국 AI 인프라의 병목이 GPU의 연산 성능에서 전체 메모리 구조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것입니다.

AI 모델 성장과 메모리 장벽을 설명하는 샌디스크 공식 자료
AI 모델 성장과 메모리 장벽. 출처: Sandisk 공식 뉴스룸

2. HBF란 무엇인가?

HBM과 HBF, SSD의 AI 메모리 계층 구조
AI 추론 시스템의 메모리 계층 구조. 불마켓 자체 제작

HBF는 High Bandwidth Flash, 즉 고대역폭 플래시 메모리를 의미합니다.

이름만 보면 HBM과 경쟁하는 기술처럼 보이지만, 현재 샌디스크와 SK하이닉스가 제시하는 방향은 조금 다릅니다.

HBF는 기존 HBM을 없애는 기술이 아니라 HBM과 SSD 사이에 새로운 메모리 계층을 추가하는 기술에 가깝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HBF를 AI 추론 인프라에서 확장성과 전력 효율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메모리 레이어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HBM의 가장 큰 장점은 매우 높은 데이터 전송 속도입니다.

반면 NAND 플래시는 HBM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훨씬 많은 데이터를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저장할 수 있습니다.

HBF는 이 NAND 플래시의 대용량이라는 장점을 유지하면서 대역폭을 크게 끌어올려 AI 시스템에서 활용하겠다는 개념입니다.

3. 최대 8~16배 용량, HBF가 노리는 시장

샌디스크가 제시하고 있는 HBF의 목표는 상당히 공격적입니다.

샌디스크는 HBF가 HBM과 비슷한 수준의 대역폭을 목표로 하면서도 유사한 비용에서 HBM 대비 최대 8~16배 수준의 용량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AI 추론 비용 때문입니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모든 데이터를 값비싼 HBM에 저장하는 방식은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초고속 처리가 필요한 데이터는 HBM에 두고, 훨씬 많은 용량이 필요한 데이터는 HBF와 같은 새로운 메모리 계층에서 처리할 수 있다면 AI 서버 전체의 비용 구조를 바꿀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HBF는 단순히 새로운 저장장치가 아니라 AI 시스템의 메모리 설계 자체를 바꾸려는 기술인 셈입니다.

4. 왜 샌디스크와 SK하이닉스가 손을 잡았나

HBF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샌디스크 혼자 추진하는 독자 기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샌디스크와 SK하이닉스는 2025년 HBF 기술 규격을 공동으로 만들기 위한 협력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 2월에는 Open Compute Project(OCP) 산하에 전담 워크스트림을 만들어 HBF 글로벌 표준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SK하이닉스의 참여는 특히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메모리 기업입니다.

그런 기업이 HBF 표준화 작업에도 참여한다는 것은 향후 AI 메모리 시장이 단순한 HBM 대 HBF 경쟁보다는,

HBM + HBF + SSD가 각각 다른 역할을 담당하는 다층적인 메모리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샌디스크와 SK하이닉스 HBF 협력 발표 현장
샌디스크와 SK하이닉스의 HBF 협력 발표 현장. 출처: Sandisk 공식 뉴스룸

5. HBF는 언제 실제 제품으로 등장할까?

HBF는 아직 본격적인 상용 제품이 아닙니다.

샌디스크는 2026년 하반기 HBF 메모리의 첫 샘플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HBF를 사용하는 첫 AI 추론 장치 샘플은 2027년 초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는 HBF가 실제 AI 서버 시장에서 얼마나 널리 사용될 것인지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AI 추론 시장이 확대되면서 대용량 메모리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술이 등장한 배경 자체는 충분히 주목할 만합니다.

6. 샌디스크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

샌디스크는 많은 투자자에게 여전히 SSD나 플래시 메모리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하지만 회사가 HBF를 통해 노리는 시장은 기존 PC나 스마트폰용 저장장치 시장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목표는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메모리 계층으로 NAND 플래시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특히 AI 추론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단순한 연산 성능보다 서버 한 대가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NAND가 단순 저장용 부품을 넘어 AI 인프라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재평가된다면 샌디스크의 사업 구조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최근 샌디스크의 주가 움직임을 HBF 하나만으로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HBF는 현재 실적을 만드는 완성된 사업이라기보다 향후 AI 인프라 시장에서 샌디스크가 노리고 있는 장기 성장 전략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7.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세 가지

첫 번째는 HBF가 실제 AI 시스템에 채택되는가입니다.

기술적 가능성과 실제 대규모 상용화는 다른 문제입니다. 향후 고객 샘플 평가와 AI 기업들의 채택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AI 추론 증가가 NAND 수요로 연결되는가입니다.

지금까지 AI 반도체 시장의 대표 수혜 분야는 GPU와 HBM이었습니다. 앞으로 추론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NAND가 새로운 수혜 영역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세 번째는 HBF 생태계가 얼마나 많은 기업으로 확대되는가입니다.

샌디스크와 SK하이닉스가 OCP를 통해 글로벌 표준화를 추진하는 이유도 특정 기업의 독자 기술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기업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있습니다.

8. 아직은 기대가 앞선 기술

HBF의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성공이 이미 결정된 것은 아닙니다.

현재 HBF는 상용화 이전 단계이며 실제 성능과 생산 비용, 고객 채택률 모두 앞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AI 메모리 시장에서는 HBM뿐 아니라 CXL 기반 메모리 확장, 고성능 SSD 등 다양한 기술이 동시에 발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 HBF를 ‘HBM을 대체할 차세대 메모리’라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입니다.

오히려 AI 추론 시대에 필요한 대용량 메모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하고 있는 새로운 메모리 계층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마무리

AI 반도체 시장의 첫 번째 경쟁이 GPU였다면 그다음 주인공은 HBM이었습니다.

그리고 AI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확대되면서 시장은 또 다른 병목을 찾고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빠르게 계산하느냐만이 아닙니다.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빠르고 경제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

HBF가 등장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샌디스크와 SK하이닉스가 추진하고 있는 HBF가 실제 AI 인프라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합니다.

하지만 AI 반도체 경쟁의 무대가 GPU와 HBM을 넘어 전체 메모리 계층 구조로 확대되고 있다는 흐름은 분명히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가 현실화된다면 지금까지 저장장치 기업으로 인식됐던 샌디스크 역시 AI 인프라 기업이라는 새로운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관련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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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다음은 HBF? AI 추론 시대의 새로운 메모리 전쟁」

HBF는 HBM을 그대로 대체하기보다 메모리 계층을 넓히는 기술이다

HBF(High Bandwidth Flash)는 NAND의 높은 용량과 적층·병렬 연결을 활용해 AI 추론에 필요한 대규모 모델 데이터를 가까이 두려는 접근입니다. DRAM 기반 HBM보다 비휘발성과 용량·비용에서 장점이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지연시간과 쓰기 내구성, 소프트웨어 관리 방식이 다릅니다. 따라서 ‘HBM 다음’이라는 표현을 즉시 대체로 해석하기보다 HBM·DRAM·SSD 사이의 새로운 계층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샌디스크의 사업가치를 판단할 때 기술 발표와 표준 공개, 고객 샘플, 시스템 검증, 양산 매출을 구분해야 합니다. AI 가속기가 HBF의 특성을 활용하려면 컨트롤러와 인터페이스뿐 아니라 모델 배치·캐싱 소프트웨어 생태계도 필요합니다. NAND 가격 사이클과 신규 제품 수율은 별도의 위험요인입니다.

상용화 단계 확인표

  • 기술 사양과 표준 인터페이스 공개 여부
  • 가속기·서버 업체의 실물 상호운용 시험
  • 읽기 대역폭뿐 아니라 지연·전력·내구성
  • 샘플과 고객 인증, 양산 출하의 구분
  • 기존 NAND 공정 활용도와 패키징 수율

추가 원자료: Sandisk Investor Relations — News Releases, Sandisk·SK hynix HBF OCP Technical Specification Announcement

참고자료

  • Sandisk – High Bandwidth Flash 관련 공식 발표
  • Sandisk – SK hynix HBF 표준화 협력 발표
  • SK hynix Newsroom – HBF 글로벌 표준화 발표
  • Open Compute Project 기반 HBF 표준화 자료